
입던 옷을 누군가에게 며칠 빌려준 뒤
받아 보면
이상하게 크기와 형태가 달라져 있다
입으면 내 옷 같지가 않다
그건
빌려 갔던 사람이 나보다 더 뚱뚱해서가 아니다
구두도 마찬가지
오랫 동안 신지 않던 구두를 다시 신었을 때
발끝에 와닿는 휑한 느낌을 아는가
떨어진 낙엽들을 모아 주머니에 넣었는데
잊고
세탁기에 옷을 넣었던 것이다
작게 흩어진 잎 조각들이 속옷에 가득 묻어있다
그냥 입고 길을 나선다
이것은 내 옷이다
내 옷은 내게 오래 닿아 있었던 것
오래 닿아 있을 때
정령은 비로소 경계를 풀고 서로에게 건너가 조금씩 섞인다
그리하여 옷은 나를 닮은 것
정령의 문양대로 형태가 순응한 것이다
그 시절
당신이 내게 닿아 나를 닮고
내가 당신에 닿아 얼굴이 부드러워진 그 이유처럼
그러나 오늘은
속살이 잎 조각에 쓸려 까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