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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type="text">가족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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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버지의 라이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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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09-08-27T13:13:42+09:00</published>
      <updated>2009-09-11T17:51:51+09:00</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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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지구멀미</name>
               </author>
            <content type="html">&lt;div class=&quot;xe_content&quot;&gt;&lt;br  /&gt;아버지는 나를 낳으시고도 종이었다.&lt;br  /&gt;고약하기로 소문난 주인댁에서 돌아와 어린 아들 곁에 앉을 때&lt;br  /&gt;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아야겠다는 것이,&lt;br  /&gt;다만 아버지의 소원이셨다.&lt;br  /&gt;&lt;br  /&gt;초등학교 졸업식이 끝나고&lt;br  /&gt;&lt;p&gt;모두들 기념사진 촬영에 바쁠 때 카메라가 없던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난감해하셨다.&lt;br  /&gt;아들의 졸업은 오래 기념해주고 싶으셨던 것.&lt;br  /&gt;이웃에 몇번 부탁하여 사진을 한장 찍어달라고 하셨다.&lt;br  /&gt;가슴팍에 들고 찍을 꽃도 빌리셨다.&lt;br  /&gt;&lt;/p&gt;&lt;p&gt;&lt;br  /&gt;&lt;/p&gt;
&lt;p&gt;&lt;img src=&quot;http://www.soulpenis.com/files/attach/images/94/241/7472538930.jpg&quot; alt=&quot;7472538930.jpg&quot; title=&quot;7472538930.jpg&quot; width=&quot;450&quot; height=&quot;309&quot; style=&quot;&quot; /&gt; &lt;/p&gt;
&lt;p&gt;[초등학교 졸업사진]&lt;/p&gt;
&lt;p&gt;&amp;nbsp;&lt;/p&gt;
&lt;p&gt;&amp;nbsp;&lt;/p&gt;
&lt;p&gt;지금도 앨범을 찾아보면 그때의 사진이 있다. 어색한 표정으로 그곳에 나는 서 있고 자세히 보면 내 시선은&lt;br  /&gt;카메라가 아니라 그 옆에 죄송한 듯 서 있는 내 아버지를 향해 있다.&lt;br  /&gt;&lt;br  /&gt;작은 아버지를 월남에 보내지 않기 위해 아버지는 논을 팔아 돈을 주셨다.&lt;br  /&gt;그곳에 가면 죽을지도 모른다던 어린 동생을 위해서였다.&lt;br  /&gt;그 논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어떤 세월과 치환되어 생겨난 것인지 울며 떼쓰던 동생은 알지 못했다.&lt;br  /&gt;&lt;br  /&gt;군대에 가지 않게 된 작은 아버지는 뒷돈 쓰고 남은 돈으로 카메라를 하나 사셨다고 한다.&lt;br  /&gt;그때 땀흘려 일하시는 아버지를 찍은 사진이 아직 몇장 있다.&lt;br  /&gt;사진 속 아버지의 표정에 웃음이 있다.&lt;br  /&gt;그러나 그건 슬픔의 맨살 위에 겹쳐 입은 웃음이라는 외투.&lt;br  /&gt;그 웃음을 오래 바라볼 때&lt;br  /&gt;착시처럼 거기 슬픔의 문양이 희미하게 떠오른다.&lt;br  /&gt;&lt;br  /&gt;중학교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lt;br  /&gt;피아노를 연주하는 친구의 엄마를 보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lt;br  /&gt;아니, 세상엔 피아노를 치는 엄마도 있구나.&lt;br  /&gt;&lt;br  /&gt;어머니는 학교에서 조금 비켜선 시장 골목에서 옥수수와 나물을 파셨다.&lt;br  /&gt;나는 그것이, 그 가난의 자백이 너무 창피했으므로&lt;br  /&gt;수업이 끝나면 그 골목에서 가장 먼길을 택해 집으로 가곤 했었다.&lt;br  /&gt;굳이 시장쪽으로 가자고 하는 친구들을 먼저 보낸 뒤 멀리서 어머니의 등을 보다가 돌아 온 저녁.&lt;br  /&gt;그것 팔아서 몇푼이나 버느냐 소리치고 말았다.&lt;br  /&gt;어머니는 아무 말이 없으셨다.&lt;br  /&gt;&lt;br  /&gt;지금도 가끔 그 외침이 다시 내게 돌아와서 나를 찌른다.&lt;br  /&gt;어린 아들의 철없는 외침을 잔잔한 어깨로 듣고 계시던 어머니의 눈빛도 자꾸 되돌아 온다.&lt;br  /&gt;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되돌아 온 내 자신의 목소리에 몰매 맞는다.&lt;br  /&gt;그건 이제 때리면서, 나를 살리는 매다.&lt;br  /&gt;&lt;br  /&gt;&lt;br  /&gt;가끔 장롱에서 아버지가 쓰던 카메라가 나왔다는 말을 듣는다.&lt;br  /&gt;내 아버지께서도 취미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lt;br  /&gt;일이 없을 때 카메라를 들고 산과 들을 다니며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lt;br  /&gt;&lt;br  /&gt;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lt;br  /&gt;그땐 가족의 끼니를 잇기 위해서, 그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다 바쳐야 하는 때였다.&lt;br  /&gt;&lt;br  /&gt;아무리 장롱을 뒤져도 뻔하다. 그곳엔 묵은 이불 뿐이다.&lt;br  /&gt;한낮의 고된 노동을 끝내고 피곤하여 덮고 잠들던 그 이불 뿐이다.&lt;br  /&gt;아버지의 마르고 뾰족한 몸과 오래 닿아서 낡은 그 이불.&lt;br  /&gt;그것외 아무것도 없는 곳. &lt;br  /&gt;그러나 마음의 팔을 뻗어 뒤적일 때 거기 손끝에 아리는 무엇인가가 있다.&lt;br  /&gt;&lt;br  /&gt;아버지는 장롱 속에 라이카 대신 땀흘린 청춘을 넣어두신 것이다. &lt;br  /&gt;가난한 시절의 야위고 주름진 뺨과 &lt;br  /&gt;쌀을 씻지 못하던 저녁, 부억에서 울던 어머니의 흐느낌과&lt;br  /&gt;굳은 살과 풀물로 가득한, 잉여없던 청춘의 긴 세월을 거기 모두 넣어 두신 것이다.&lt;br  /&gt;&lt;br  /&gt;나는 장롱에서 라이카 대신 아버지의 청춘을 꺼낸다. 거기 名器처럼 빛나는, 세월이 지날 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아버지의 청춘이 있다.&lt;br  /&gt;손으로 만지면 체온이고 눈으로 바라보면 빛이고 가슴에 대어보면 쿵쾅거리는 아버지의 긴 청춘이 거기 있다.&lt;br  /&gt;나는 가만히 그것에게 마음의 무게를 기대어본다.&lt;br  /&gt;내 마음은 귀한 것과 만나 부드러워지고 그러나 어느 한 쪽은 움켜쥔 듯 아리고 슬프게 주름진다.&lt;br  /&gt;&lt;br  /&gt;이제는 내가 아버지의 장롱 속에 무언가를 넣어 둘 때다. &lt;br  /&gt;아버지는 어느 날 묵은 이불을 꺼내시다가 어린 자식이 넣어 둔 그 무언가를 보게 될 것이다.&lt;br  /&gt;그걸 보시고 다소 놀라 웃으시다가 가난해서 더 길었던 당신의 청춘이 마음을 눌러 눈이 젖으시고 &lt;br  /&gt;가난했으나 얻은 것들이 더 많았구나, 내 청춘의 빛은 오랜 뒤에 비로소 켜지는 불빛같구나, 그런 마음으로 다시 눈이 젖을 것이다.&lt;br  /&gt;&lt;br  /&gt;이제는 그런 때이다.&lt;br  /&gt;아버지의 장롱 속에 내가 무언가를 넣어둘 때다.&lt;br  /&gt;&lt;br  /&gt;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lt;br  /&gt;어리고 어리석은 나는 알지 못한다.&lt;br  /&gt;&lt;br  /&gt;&lt;br  /&gt;(2003년에 처음쓰고 2008년에 수정함)&lt;/p&gt;&lt;/div&gt;</content>
                  <category term="아버지"/>
            <category term="라이카"/>
            <category term="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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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족사-0</title>
      <id>http://www.soulpenis.com/229</id>
      <published>2009-08-27T13:10:19+09:00</published>
      <updated>2009-09-18T22:17:48+09:00</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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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name>지구멀미</name>
               </author>
            <content type="html">&lt;div class=&quot;xe_content&quot;&gt;&lt;p&gt;&lt;img src=&quot;http://www.soulpenis.com/files/attach/images/94/229/f001.jpg&quot; alt=&quot;f001.jpg&quot; title=&quot;f001.jpg&quot; width=&quot;287&quot; height=&quot;400&quot; style=&quot;&quot; /&gt; &lt;/p&gt;
&lt;p&gt;&amp;nbsp;[아버지 26세]&lt;/p&gt;&lt;p&gt;&lt;br  /&gt;&lt;/p&gt;&lt;p&gt;가난한 아버지는, 군에 있을 때 가장 배불리 드셨다고 하셨다.&lt;br  /&gt;그때 아버지의 젊고 살찐 얼굴이 낯설다.&lt;/p&gt;&lt;p&gt;저 살이 빠져나가는 동안의 가난과 고생을 생각해본다.&lt;/p&gt;&lt;p&gt;&lt;br  /&gt;&lt;/p&gt;
&lt;p&gt;&amp;nbsp;&lt;img src=&quot;http://www.soulpenis.com/files/attach/images/94/229/f002.jpg&quot; alt=&quot;f002.jpg&quot; title=&quot;f002.jpg&quot; width=&quot;200&quot; height=&quot;271&quot; style=&quot;&quot; /&gt;&lt;/p&gt;&lt;p&gt;&lt;br  /&gt;&lt;/p&gt;&lt;p&gt;&lt;img src=&quot;http://www.soulpenis.com/files/attach/images/94/229/father_with_car.jpg&quot; alt=&quot;father_with_car.jpg&quot; title=&quot;father_with_car.jpg&quot; width=&quot;500&quot; height=&quot;492&quot; style=&quot;&quot; /&gt;
&lt;/p&gt;
&lt;p&gt;&amp;nbsp;[운전병이시던 아버지]&lt;/p&gt;&lt;p&gt;&lt;br  /&gt;&lt;/p&gt;&lt;p&gt;아버지는 군대에서 운전병이셨음에도 제대 후 단 한번도 운전을 하신 적이 없다.&lt;br  /&gt;물어도 그것에 대해서는 대답이 없으시다.&lt;br  /&gt;35년이 흐른 어느날.&amp;nbsp;&lt;br  /&gt;군 시절 후임병이었다던 늙은 남자가 몇 달 수소문 끝에 집에 찾아오셔&lt;br  /&gt;아버지께 크게 경례 붙인 뒤 한동안 말 없이 울다 가신 일만 새롭다.&lt;br  /&gt;그 이유도 끝내 이야기 하지 않으신다.&lt;br  /&gt;&lt;/p&gt;&lt;p&gt;&lt;br  /&gt;&lt;/p&gt;
&lt;p&gt;&lt;img src=&quot;http://www.soulpenis.com/files/attach/images/94/229/f003.jpg&quot; alt=&quot;f003.jpg&quot; title=&quot;f003.jpg&quot; width=&quot;400&quot; height=&quot;299&quot; style=&quot;&quot; /&gt; &lt;/p&gt;
&lt;p&gt;&amp;nbsp;[어머니]&lt;/p&gt;&lt;p&gt;&lt;br  /&gt;&lt;/p&gt;&lt;p&gt;처녀 때 친구들과 사진관에 가서 담은 기념사진이다.&lt;br  /&gt;양장이 없으셔서 어머니만 한복을 입으셨다.&lt;br  /&gt;맨 뒷쪽이 어머니시고 그 아래 순덕과 양순, 그리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친구라 하셨다.&lt;br  /&gt;무슨 바람이 불어, 혹은 어떤 계기로 이 사진을 찍었는지 생각해내지 못하셨다.&lt;br  /&gt;이 사진을 보시고 다만 &amp;nbsp;어머니는 한동안 웃으셨고 한동안 그리워 하셨으며 고개 돌려 조금 우셨다.&lt;br  /&gt;40년 전쯤의 사진이다.&lt;br  /&gt;&lt;/p&gt;&lt;p&gt;&lt;br  /&gt;&lt;/p&gt;
&lt;p&gt;&lt;img src=&quot;http://www.soulpenis.com/files/attach/images/94/229/f004.jpg&quot; alt=&quot;f004.jpg&quot; title=&quot;f004.jpg&quot; width=&quot;400&quot; height=&quot;315&quot; style=&quot;&quot; /&gt; &lt;/p&gt;
&lt;p&gt;&amp;nbsp;[약혼식]&lt;/p&gt;&lt;p&gt;&lt;br  /&gt;&lt;/p&gt;&lt;p&gt;어머니와 아버지는 약혼을 하시고 결혼하셨다.&lt;br  /&gt;가난할 수록 형식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한다.&lt;br  /&gt;그래서 굳이 약혼을 하신 것.&lt;/p&gt;&lt;p&gt;그러나 가난한 집에서 가난한 집으로 옮겨오셨을 뿐이어서&lt;br  /&gt;새댁의 몸으로 쌀을 꾸러 이웃집으로 다녀야할 때 &lt;br  /&gt;아직 너무 젊어서 그것은 참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lt;br  /&gt;그러나 쌀을 가득 씻을 수 있는 저녁의 행복.&lt;/p&gt;&lt;p&gt;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 줄 너는 아느냐&lt;/p&gt;&lt;p&gt;어머니는 가끔 말씀 하신다.&amp;nbsp;&lt;/p&gt;&lt;p&gt;쌀 씻는 기쁨에 기대어 그 젊은 가난을 겨우 견뎌왔다고 회고 하신다.&lt;br  /&gt;&lt;br  /&gt;(나는 지금도 견뎌내기 힘든 슬픔이 있을 때 쌀을 씻는다. 어머니가 알려준 슬픔의 온전한 처방이다)&lt;br  /&gt;&lt;/p&gt;&lt;p&gt;&lt;br  /&gt;&lt;/p&gt;
&lt;p&gt;&lt;img src=&quot;http://www.soulpenis.com/files/attach/images/94/229/f005.jpg&quot; alt=&quot;f005.jpg&quot; title=&quot;f005.jpg&quot; width=&quot;200&quot; height=&quot;288&quot; style=&quot;&quot; /&gt; &lt;/p&gt;
&lt;p&gt;&amp;nbsp;[나]&lt;/p&gt;&lt;p&gt;&lt;br  /&gt;&lt;/p&gt;&lt;p&gt;그리고 내가 태어났다.&amp;nbsp;1974년 1월.&lt;br  /&gt;&lt;!--&quot;&lt;--&gt;&amp;nbsp;&lt;/--&gt;&lt;/p&gt;&lt;/div&gt;</content>
                  <category term="가족사"/>
            <category term="아버지"/>
            <category term="옛사진"/>
            <category term="최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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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족사 -1</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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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09-08-27T13:03:35+09:00</published>
      <updated>2009-09-16T09:46:01+09:00</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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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지구멀미</name>
               </author>
            <content type="html">&lt;div class=&quot;xe_content&quot;&gt;&lt;p&gt;&amp;nbsp;&lt;/p&gt;
&lt;p&gt;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전해진다.&lt;br  /&gt;북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음의 매를 든듯 매서웠고&lt;/p&gt;
&lt;p&gt;중동전쟁으로&amp;nbsp;인한&amp;nbsp;오일쇼크와 물가상승, 박정희 정권의 폭압적인 긴급조치 등은 그 겨울의 추위를 더 뼈저리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amp;nbsp;&lt;/p&gt;
&lt;p&gt;어느 저항 시인은 그해 겨울 모두를 죽음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쓴 뒤 투옥되었으며&lt;/p&gt;
&lt;p&gt;아파트를 아직 어파트라고 표기하던 시절이었고&lt;/p&gt;
&lt;p&gt;쌀과 분식을 자제하고 보리밥을 많이 먹어야 가난을 면할 수 있다고 선전하던 때였으며&lt;/p&gt;
&lt;p&gt;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저출산 정책을 펼치다가&amp;nbsp;&lt;/p&gt;
&lt;p&gt;급기야&amp;nbsp;임신 안 하는 해를 지정하여 신문과 방송으로 홍보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lt;/p&gt;
&lt;p&gt;&amp;nbsp;&lt;/p&gt;
&lt;p&gt;그 추위와 가난은 대대로 소작농이었던 집안에도 어김 없이 찾아와&amp;nbsp;&lt;/p&gt;
&lt;p&gt;얇은 문풍지 안쪽&lt;/p&gt;
&lt;p&gt;내외가 추워 안고 잠든 사이&amp;nbsp;자리끼로 떠다 둔 물은 방안에서 꽁꽁 얼고&lt;/p&gt;
&lt;p&gt;점점 바닥을 드러내는 쌀독에 손을 넣을 때 와닿는 그 휑한 바람.&lt;/p&gt;
&lt;p&gt;먹어야 하는 입은 많고 &lt;/p&gt;
&lt;p&gt;수입은&amp;nbsp;점점 줄어&amp;nbsp;가족이 모두 닮은 듯 얼굴이&amp;nbsp;서로 창백한 시절이었다고 한다. &lt;/p&gt;
&lt;p&gt;&lt;br  /&gt;그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봄&lt;br  /&gt;태기를 느낀 어머니는 가난하여 중절을 결심하고 &lt;br  /&gt;남의 집 일을 나가 모아두신 얼마 간의 돈을 들고 읍내 산부인과로 향하셨는데&lt;br  /&gt;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고 &lt;br  /&gt;고무신 신은 발로 툭툭 차보는 봄의 땅은 젖어 있어서&lt;br  /&gt;이웃집에서 얻어온 씨앗들을 이제 곧 뿌려도 되겠구나 생각하셨다 한다.&lt;br  /&gt;&lt;br  /&gt;버스가 비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릴 때&lt;br  /&gt;곧 안녕할 아기지만&lt;br  /&gt;혹시 뱃속에서 다칠까 너무도 걱정되어 손잡이를 꼭 잡으셨고&lt;br  /&gt;읍내 병원에선&lt;br  /&gt;수술은 요근래 하여야하고&lt;br  /&gt;지금 가져오신 돈보나 그때 돈으로 이천원이 더 필요하다고 들었다 하신다.&lt;br  /&gt;&lt;br  /&gt;그땐 이천원도 큰돈이었으므로&lt;br  /&gt;어머니는 그 돈을 구하기 위해 그곳에서 멀지 않은 친정집으로 가셨다가&lt;br  /&gt;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막내 동생의 씀씀이가 많아 걱정이라는 집안 사정만 듣고&lt;br  /&gt;마당만 몇번 서성이다 &lt;br  /&gt;-고추 파종할 때 부르셔요. 바쁘지 않으면 제가 도울게요&amp;nbsp;&lt;/p&gt;
&lt;p&gt;그냥 그런 말들만 남기시고 돌아오셨다고 한다.&lt;br  /&gt;&lt;br  /&gt;그 뒤로 이웃집에서 얻어오신 씨앗들을 파종하고&lt;br  /&gt;그 씨앗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함께 하시다가 시기를 놓치셨고&lt;br  /&gt;무거워지는 몸으로 건너오신 여름과 가을 뒤&lt;br  /&gt;&lt;br  /&gt;유난스레 추웠던 그 해 겨울의 어느 날.&lt;br  /&gt;&lt;br  /&gt;어머니는 방안을 거친 숨으로 뎁히시며 울지 않는 핏덩이를 하나 낳으셨는데&lt;br  /&gt;태어난 아이는 울지 않아 &lt;br  /&gt;엉덩이를 툭툭 때려도 울지 않아 처음엔 죽은거로군 생각하셨고&lt;br  /&gt;그 생각이 굳어져 마음이 고통스러울때 비로소 울음을 터뜨린 아기가 있었다 한다.&lt;br  /&gt;&lt;br  /&gt;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나간 날들의 일을 무덤덤하게 말씀하실 수 있는 날들이 되었을 때&lt;br  /&gt;어머니는 가끔 내게&lt;br  /&gt;너는 이천원 때문에, 그리고 막내 이모 때문에 태어난 것이라며 놀리곤 하셨다.&lt;br  /&gt;&lt;br  /&gt;이천원.&lt;br  /&gt;&lt;br  /&gt;어린 시절 탱자나무 꽃핀 집 앞 길에서 정신 없이 뛰어 놀다가&lt;br  /&gt;가끔 마음 속으로 &apos;이천원&apos; 하고 중얼거릴 때가 있었다.&lt;/p&gt;
&lt;p&gt;커서는 어디선가 잔돈으로 이천원을 거슬러 받을 때마다 생각한다.&amp;nbsp;&lt;/p&gt;
&lt;p&gt;어른이 된 내 손 바닥 안의 이천원.&lt;/p&gt;
&lt;p&gt;그것은 무엇인가.&lt;/p&gt;
&lt;p&gt;&lt;br  /&gt;&lt;/p&gt;
&lt;p&gt;그리고 이천원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amp;nbsp;&lt;/p&gt;
&lt;p&gt;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한다.&lt;/p&gt;
&lt;p&gt;&lt;br  /&gt;가난하고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 생을 다해 고마웠던 때는 그게 처음이었다는 &amp;nbsp;그 말.&amp;nbsp;&lt;/p&gt;
&lt;p&gt;이천원이 없었다는 것이 고마워 훗날 많이 우셨다는 그 이야기.&lt;/p&gt;
&lt;p&gt;&lt;br  /&gt;&lt;/p&gt;
&lt;p&gt;&lt;br  /&gt;&lt;/p&gt;&lt;/div&gt;</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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