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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는 아버지를 닮았고 코와 턱은 어머니를 닮았다. 목소리는 아버지에게서 왔고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것은 어머니와 같다.
손가락 마디는 굵어 아버지와 같고 손톱은 어머니처럼 그 끝이 뭉툭하게 둥글다.

가만히 보면 마음과 성격도 그런 것. 어떤 때 나는 어머니처럼 조용하고 때로 아버지처럼 유쾌하다. 문장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은 어머니에게서 온 것. 거대담론보다 소소한 것들에게 마음의 대부분을 할애할 때, 또는  식물에게 이유없이 끌리는 내 모습을 볼때, 그것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

말하자면 나는 그냥 섞여 있는 것이다.
절반씩 섞여 있는 것. 마찬가지로 아버지에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고 할아버지 앞엔 다시 또다른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것.

가끔 내 얼굴이 찍힌 사진을 보거나 어느 밤 기대하지 않았는데 문득 거울과 만날 때 내가 보는 내 얼굴은 내게 말을 건네온다.
너는 최초의 인간에게서부터 흘러내려온 물결의 한 지점. 욕심내지 않고 딱 절반씩만 받아와 그만큼만 다시 건네주면서 걸어온 긴 여행의 한 때.

이마에 손을 얹고 둥근 뼈의 미세한 굴곡을 만져본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내게로 이어진 내 앞의 모든 인류가 조금씩 관여하며 만든 것.

마음 또한 그러해서 퇴근길 어느 나무 앞에 서 있을 때 내 마음의 이 문양은 어디에서부터 수신되어 흘러온 것일까.

누구와 누가 운명으로 만나 이어지면서 이렇게 반죽해놓은 것일까.

어제는 만유의 모든 생명들이 그렇게 감탄이었고 오늘은 늦게 일어나 공복인채 그냥 오래 앉아 있는다.
오후의 약속을 위해 물 한잔 마시고 또 몸과 마음을 움직여봐야 할 것.
약속 장소로 가면서 지하철 앞자리에 앉은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볼 것만 같은 예감.


그 오랜 편지를 읽으며, 첫 발신자를 생각해 볼 것만 같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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