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도 않은데
견딜 수 없는 날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기분이 들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날이 있는 것처럼.
어쩌면 나의 심리적상태나 감정 들은 내가 만들어내는 종속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그들 자체로 생명력이 있어
내 안에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 인지도 모른다.
나와 공생하고 있다 할까?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가라 앉아 있었다. 이유가 있었을까? 이유는 없다. 물풀이 유월에 자라나듯, 그냥 내 안에서 감정들이 자라난 것 뿐이다. 인정하고 수긍하고 받아들인다. 나는 황홀함에 겨워 춤추는 것처럼 지금 내 안에 있는 이 낮고 음울한 감정들도 기뻐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다름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느끼는 내가 주체이고 감정들은 하위의 종속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비로서 빙점, 혹은 비등점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오늘 아침 내 안에 생겨난 감정들은 그냥 두고, 내가 할 일은 내 육체에게 한끼의 식사를 대접하고 심호흡 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두는 것 뿐이다.
그리고 가만히
'모든 것은 사라진다' 는 이 간결하고 서러운 문장을 분명하게 유한(有限)인 내 육체와 정신에게
속삭여주는 일 뿐이다.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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