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서러운 문장을

2009.08.27 15:09:25

 

아무렇지도 않은데
견딜 수 없는 날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기분이 들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날이 있는 것처럼.

어쩌면 나의 심리적상태나 감정 들은 내가 만들어내는 종속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그들 자체로 생명력이 있어
내 안에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 인지도 모른다.
나와 공생하고 있다 할까?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기분이 가라 앉아 있었다. 이유가 있었을까? 이유는 없다. 물풀이 유월에 자라나듯, 그냥 내 안에서 감정들이 자라난 것 뿐이다. 인정하고 수긍하고 받아들인다. 나는 황홀함에 겨워 춤추는 것처럼 지금 내 안에 있는 이 낮고 음울한 감정들도 기뻐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다름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느끼는 내가 주체이고 감정들은 하위의 종속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비로서 빙점, 혹은 비등점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오늘 아침 내 안에 생겨난 감정들은 그냥 두고, 내가 할 일은 내 육체에게 한끼의 식사를 대접하고 심호흡 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두는 것 뿐이다.

그리고 가만히
'모든 것은 사라진다' 는 이 간결하고 서러운 문장을 분명하게 유한(有限)인 내 육체와 정신에게
속삭여주는 일 뿐이다.

그것 뿐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23 어머니의 파마(쓰는 중) 2010-06-13
22 일 없이 조용히 앉아 있는 것 [2] 2010-05-20
21 카드명세서와 냉동밥 2009-09-29
20 그걸 질문하고 곧 잊기 2009-09-16
19 아주 오래더 당신과 헤어져야만 하는 것 2009-09-16
18 그녀의 온도 2009-09-14
17 아버지는 몇시간 뒤 다시 내게 2009-08-27
16 무대 위에서 나는 울 것 2009-08-27
15 거기 전환점 2009-08-27
14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에 관하여 2009-08-27
13 첫 발신자를 생각해보는 아침 imagefile 2009-08-27
12 체 게바라 [2] 2009-08-27
11 당신 얼굴에게서 나에게로 온 2009-08-27
» 간결하고 서러운 문장을 2009-08-27
9 슬픔의 순서 [1] 2009-08-27
8 공중전화 2009-08-27
7 잊을 수 없는 한끼 [1] 2009-08-27
6 가장 가까운 별 [2] 2009-08-27
5 TV는 작아져서 2009-08-27
4 순리 2009-08-27
3 오후만 있던 일요일 2009-08-27
2 할머니와 캠코더 2009-08-27
1 그것이면 되는 것 2009-08-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