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잠깐 지방자치 선거를 도운 적이 있다. 약수역 뒤, 한낮의 상가들을 돌며 후보를 소개하고 인사 건내는 일이었다.
지하철 출구에서 골목 끝 인가로 이어진 상가는 모두 낡고 좁았다. 마당의 포도나무가 눈길을 끌던 화원을 시작으로 구식의 맞춤 양복점, 먼지 낀 창문의 전파사, 간단한 재료의 식당들이 언덕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골목길에 유난히 미장원이 많았다. 주인 혼자 운영하는 곳들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거기 동네의 아주머니들이 머리에 파마 모자를 쓰고 앉아 계셨다.
(쓰는 중/어머니, 젊은날, 파마, 이제 다시 긴머리, 그 사이에 어머니의 청춘, 구부러져있는 그 힘으로, 생의 길, 그 골목길로 다시 내려오며, 세상이 환했던 이유, 후보가 환히 웃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