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꽃이라는 말보다
늘 꽃이 더 많다
나는 살면서 겨우 몇 백 번 꽃이라고 말하고 썼을 뿐
오늘 쓸쓸해서 걷다가 부딪히듯 만난 그 나무
그 가지 위에 눈처럼 쌓인 그 꽃잎
그것은 몇 천개, 아니 만개(滿開)
하나 둘 다섯 일곱
몇개 인지 세려면 내가 좀 더 오래 살아야 할 것
꽃을 세려고 더 사는 며칠
꽃잎 같은 그 날들
세상에 꽃이라는 말보다
늘 꽃이 더 많은 것
너라는 말보다 너는 늘 더 많고 크고
사랑이라는 말보다 사랑은 언제나 더 많은 것
언어를 사랑하는 시인으로 태어나
숙명처럼 평생 쓰고 말하고 노래해도
꽃이 더 많고 사랑이 더 많고 네가 더 많은 것
생은 그래서 축복
나는 하나
세상은 수만개
그렇게 만개(滿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