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굽은 허리로 걸어나오신 낯선 할머니께서 나를 불렀다
"추울텐데 들어와서 놀아"
나는 들어가지 못했다
급한 무엇이라도 있는 것처럼, 시간이 정해진 어떤 약속에라도 가야하는 것처럼
서둘러 그 골목을 빠져나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바람 처럼 휑한 내 '요즘'이
오히려 나의 뺨을 때렸다
그곳으로 따라 들어갔더라면 나는 보았을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내가 웃고, 울고, 두근거리고, 활짝피고, 얼굴 빨개질 그 무엇,
나에게 필요한 그 무엇
(200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