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노랑, 그냥 붉음

2009.08.27 15:35:36

 

 오줌이 노랗다

 그런 날이 있다 평소보다 더 유난히 노란 색
 이유는 모르겠고 그저 낮에 본 은행나무
 그 노란 잎 아래 오래 서 있어 오줌이 색을 닮은 것이라고

 물론 말이 되지 않는다
 너와 손을 잡고 걸을 때 몰랐는데
 돌아와보니 손에 피가 묻어 있었다고
 그건 내 속에서 너에게로 건너가려던 피의 흔적
 이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너에게 피를 줄 수 없는데
 눈물을 닦고 손을 보면 손이 붉은 것
 건너갈 곳 없는 피의 맺힘

 오줌은 평소보다 노랗고
 나는 아주 작은 일에도 신경쓰며 너를 잊는데
 그러나 아주 작은 일도 너와 연결된다

 오줌이 노란 것
 잎들이 흔들리는 것
 십 일 월의 저녁 일곱 시가 어두운 것

 그러나 말이 될 수 있다
 오늘 저녁 내 오줌 빛은 은행나무에게서 온 것
 어느 날 문득 당신의 손바닥이 붉게 충혈되는 것은
 내 피가 당신에게 건너가려는 신호
 
 그러나 말이 되지 않는다
 그냥 노랑, 그냥 붉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73 새는 몸에서 날개를 꺼낸 [1] 지구멀미 2010-06-12
72 찔레꽃 담 아래 지구멀미 2010-05-31
71 단음이면서 가장 긴 음 [2] 지구멀미 2010-02-01
70 석 줌의 쌀 지구멀미 2010-01-28
69 검정 비닐 봉지 [2] 지구멀미 2009-12-03
68 같은 날 출렁이는 사랑의 원액 지구멀미 2009-10-19
67 너는 껍질이 없고 깨물어도 지구멀미 2009-10-10
66 계단에 관한 명상 지구멀미 2009-09-29
65 이 봄에 그러하는 것 지구멀미 2009-09-14
64 한식 지구멀미 2009-09-13
63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 조금 늦게 지구멀미 2009-09-13
62 그리움 지구멀미 2009-09-13
61 앵두 앞의 기도 지구멀미 2009-08-27
60 세상에 꽃이라는 말보다 늘 지구멀미 2009-08-27
59 꽃들이 늘 손해보며 지구멀미 2009-08-27
58 바람 처럼 휑한 내 요즘 지구멀미 2009-08-27
57 악수처럼 짧은 꽃 지구멀미 2009-08-27
56 서계동을 서개동으로 지구멀미 2009-08-27
55 간혹 목이 메일 때 지구멀미 2009-08-27
54 봄을 향하여 한잎 한잎 지구멀미 2009-08-27
53 옛 살던 집을 찾아 행촌동 골목을 지구멀미 2009-08-27
52 내 흉터로 네 흉터를 지우는 일 지구멀미 2009-08-27
51 그러니까 비의 이름은 구름 지구멀미 2009-08-27
» 그냥 노랑, 그냥 붉음 지구멀미 2009-08-27
49 그래서 나는 남자이고 당신은 여자인 것 지구멀미 2009-08-27
48 당신과 나의 나무 지구멀미 2009-08-27
47 다랑쉬 오름 지구멀미 2009-08-27
46 바람은 비를 비쪽으로 지구멀미 2009-08-27
45 이가 네개 쯤 보이게 지구멀미 2009-08-27
44 나는 내일 몸을 가지고 너에게로 지구멀미 2009-08-27
43 그냥 물어보니까 대답한다는 수준에서 이히이힝 지구멀미 2009-08-27
42 천천히 걸으면 이마에 그것이 지구멀미 2009-08-27
41 모르는 여자로부터 시작된 노래 지구멀미 2009-08-27
40 밤이 오고 눈이 내렸다 지구멀미 2009-08-27
39 돌고래 지구멀미 2009-08-27
38 공덕동 로타리에서 걸어와 뜻없이 지구멀미 2009-08-27
37 고백하지 않았지만 너를 향한 분노는 지구멀미 2009-08-27
36 문 아래로 내려가 그 귤을 집어 지구멀미 2009-08-27
35 꽃잎 꽃에게서 떼어낼 때 지구멀미 2009-08-27
34 그때가 서른이다. 지구멀미 2009-08-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