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과밀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랑쉬 오름은 문득 솟아올랐을 것이다. 아직 제주가 물렁하고 뜨거웠을 때의 이야기. 새들이 식물이었을 때의 이야기, 그러니까 신이 지평선을 집어올려 산을 만들고 있을 때, 바람이 푸른 색을 가지고 있었을 무렵의 이야기.
다랑쉬오름은 예고 없이 솟아올랐을 것이다. 네가 만지면 내가 발기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속살 속에 숨어있던 것들. 당신과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로가 끓어올라 사랑이 되었 듯,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다랑쉬오름이 될 때.
견디지 못할 만큼 안쪽에서 끓어오른 그것. 어느 지점에선 넘치고 또 물결로 출렁였을 그것. 삶의 지루한 평지를 걸어가다가 당신을 만나 사랑하고 어느 지점에서 울게 된 것처럼. 세상의 평지를 걷다 문득 만나게 되는. 만나면 사랑처럼 피할 수 없는 그것.
다랑쉬오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