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문을 여실 때 열쇠를 넣고 오른쪽으로 돌리세요, 아님 왼쪽?"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은, 그것을 정색하여 생각할때, 대체로 생소하다.
가만, 내가 어느 방향으로 돌려 열었지?.
나는 열쇠수리기사 앞에서 한동안 쩔쩔매야 했다.
그 방향을 알아야 쉽게 고칠 수 있다는 것인데 오른 쪽이었을까, 왼쪽이었을까.
영화 [싸움의 기술]은 내게 감흥을 주진 못했지만 대사 하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 여자를 빤히 바라보던 남자는 말한다.
너 참 예쁘구나.
여자가 퉁명하게 대답한다. 아니 예쁜 줄 몰랐어요?
남자가 다시 말한다.
'아니, 진짜 아름다운 것들은 자세히 봐야 보이는 법이야'
나는 그후 조금 더 자세히 본다.
비가 내리고 바람은 비를 몇걸음 밀어 내고 있다.
바람은 비를, 벽 쪽이 아니라 비 쪽으로 밀고 있다.
서로 내리면서 가까워지라고.
어떤 빗방울은 허공에서 이미 만났을 것이다.
달리는 바람에 첨언하듯 비에게 손 내밀어본다.
내가 젖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