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로타리가 어느 쪽이냐고 술에 취한 남자가 내게 와서 묻는다
나는 손가락으로
이화여대와 마포 근처를 허공에 짚어 설명하고
그는 친절이 고맙다며 내 손을 힘주어 쥐었다가
비틀거리며 돌아간다

그는 돌아간 것이다
공덕동 로타리에서 걸어와 뜻없이 손에 체온 남겨두고
그는 그의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위장약을 먹으려고 공복이 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나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그를 생각한다

숨결 깊어지는 아무런 문장도 없고
비유와 은유가 담긴 어떤 단어도 없는데
나는 그를 생각하고
그와 만난 순간을 굳이 이곳에 적는다

공복이 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냥 더워 웃옷 벗고

가본 적 없는 공덕동 로타리와 그 남자를

이렇게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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