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담 아래 백발의 할머니가 환히 앉아 계셨다.
몇걸음 더 걸으니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웃는 아이들.
이상하다.
신당동을 걸으면 신당동에서 살고 싶다.
손님처럼 마당을 채운 화분과
골목 안쪽 벽에 쓰인 희미한 고백의 낙서들.
스치는 게 아니라
이마를 짚어주듯 천천히 지나는 바람.
신당동을 걸으면 신당동에서 살고 싶다.
중림동을 걸으면 중림동에서
행신동을 걸으면 또 그곳에서
나는 살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골목과 지붕 아래에서
사람들 서성이는 그곳 어디에서나
나는 살고 싶다. 살고 싶은 것이다.
그대의 등을 쓸어주며 손등을 매만지며
그저 사람이 되어 사람으로 오래
신당동에서, 중림동에서, 행신동에서
이 세상의 모든 곳에서
그대와 그대들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