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글씨를 배운 듯
아이 하나가 길에 나와 펼친 공책에 누군가의 이름을 쓰고 있다
온 힘을 다해 쓰는 획
방해 되지 않게 뒤에서 한 컷 담는다
아이가 뒤돌아 본다
웃는다
나도 웃는다
(나는 아이의 맑은 웃음을 보고서 웃었지만, 아이는 무엇을 보고 먼저 웃어 준 것일까, 꽃들이 늘 손해보며 저의 얼굴 꽃으로 접어 세상에 내어놓는 것처럼, 저 아이의 웃음, 그런 것일까)
아이는 다시 고개돌려 쓰지 못한 이름의 끝 자를 쓴다
다가가서 보니
김석중
아마도 아버지의 이름일 것
내가 발음해본다. 김석중
맑은 빛 쏟아진다
(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