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그렇다
읽는 순간에서야 알게된다
내게 편지를
나흘 전에 써서 보내주셨구나 내가 당신을 생각하거나
세상에 바빠
당신을 생각하지 못했던 그 저녁에
당신은 내게 편지를 쓴 것이구나
출근 길 버스가 잠깐 멈출 때
보았다
목련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아래 고개 들어 오래 서 있던 여자
세상에 네가 왔구나
받아들이 듯 나무 아래 꽃 웃던 얼굴
그 꽃은 꽃을
어느 한순간 기침처럼 급작스럽게 피운 게 아닐 것이다.
가장 추운 겨울 어느 날
언 손에 입김 불며 봄을 향하여 한잎 한잎 편지처럼 보낸 것
(보내는 날 눈이 왔을거야, 그래서 꽃은 눈을 닮은 것)
그걸 이제서야 수신하는 봄의 아침
당신을 이 세상에 보낸 것 역시
갑작스런 게 아닐 것
그건 오래 전의 발신
나도 오래 전에 발송 된 뒤
다만 적힌 주소를 따라 이 길을 걷고
수신처가 같은 우리가 함께 걷고 있는 것
그 길 옆에 봄이 오고
겨울에 보낸 꽃들이 만개한 것
오늘 당신 앞에 내 웃음은
오래 전 당신이 내게 보내준 편지
그걸 읽으며 내가 웃을 때
이 웃음은 또 미래의 당신에게 보내는 나의 편지
발신자와 수신자가 한번 씩 바뀌며
울고 웃고 부드럽고 거칠고 드높고 낮은 것
그렇게 당신과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