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이라고 제목을 써 놓고 한 글자도 더 적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나는 그 "써지지 않는 상황" 을 견디지 못하고 근 한 달을 쩔쩔 맸다.
손이 데일 듯 뜨거운데, 그래서 비명은 저절로 나오는데, 글로는 쓸 수 없는 마음이었다.
마음이 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그가 살아 있을 때에도 그에 관하여 글을 쓴 적은 없었다. 현존하는 그가 자신의 원칙과 신념으로 가장 아름답게 자신을 증거하고 있는데 굳이 내 조잡한 글을 그것에 더 보탤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에 관하여 고백처럼 글을 쓰고 싶은데 '노무현' 이라는 제목 이외에 한 글자도 더 쓸 수 없었다.
오늘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제는 이렇게 썼다.
이제 노무현을 더이상 사랑해서는 안 된다.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미워하면서 닮아야 하는 것이다.
원칙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바보처럼 살아온 삶. 이길 수 없는 것들 앞에 당당하게 패배하는 자세와 그러나 어느 순간 이길 수 없는 것들을 이겨낸 기적.
개인이 패배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노선과 가치의 굴복으로 연결되어서는 안된다며 택한 죽음.
그 무모성과 어리석음을 미워하면서, 그러나 닮아야 하는 것이 살아 있는 우리들의 몫이라고.
그리고 또 이렇게도 썼다.
내가 이명박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숙시켜준 것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먼저 사랑할 수 있게, 변두리의 제게도 들킬 정도로 멋있는 삶을 살아가 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광주 학살의 전두환에게, 3당 합당의 김영삼에게, 경상도와 전라도에게, 총체의 이익만 추구하는 자본에게, 힘만 믿고 설치는 족벌 언론에게, 일본에 빌붙어 민족을 찌른 뒤 아직도 부끄럼 모르며 떵떵거리는 친일들에게, 국가의 총으로 국민을 밟고 쏜 이승만과 박정희에게, 미국을 아버지처럼 여기며 민족과 나라 자체의 힘 따위는 관심도 없는 수구 세력들에게,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이 권력이라고 착각하여 망나니처럼 칼 휘두르는 검찰에게, 아무 생각 없이 땅만 파서 하나님께 봉헌하는 이명박에게
할 말 대신 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결국 하루가 가면 다 지우고 그냥 '노무현' 이라고만 쓴다. 그것만으로, 그 이름을 쓰는 것 만으로 모든 것들이 다 설명되고 충분하므로, 더는 쓸 수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
내가 수식과 존칭을 붙이지 않고 그냥 이름 만을 적어 경의를 표하는 유일한 사람.
그 이름 자체 만으로 몇백 권의 책 보다 더 울림을 주는 그대.
이름이 존칭이 되고, 이름이 좌표와 지도가 되며, 이름이 격언이며 눈물이고 희망인 당신.
노무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