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걸면 그녀가 말하곤 했다.

나도 지금 당신께 전화를 하려던 참인데요 

당신 생각하면서 전화기를 바라보니, 바로 벨이 울려, 놀랐어요.


내가 보내고 있는 중에 그녀에게서 같은 내용의 문자가 온 적도 많다. 

서로 한 단어를 동시에 말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오래 만났으니 습관과 감정, 그리움의 주기도 닮는 것.

신기한 일은 아니었다.


헤어진 뒤에도 그럴까.

어제는 그대가 무척 보고싶어 하루종일 아팠는데

당신도 그랬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주기로 출렁이는 사랑과 그리움의 원액을 서로 나눠갖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함께 아프고 그립고, 어떤 날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그러나 언제까지나 당신과 내가 함께 출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나와 당신을 흔들던 그 사랑의 힘도 빛을 잃어 결국 잿빛 무덤처럼 쓸쓸히 사라져갈 것이기 때문. 


헤어진 다는 것은 그러한 것.

서로 나눠갖고 있는 사랑과 그리움의 원액이 마음 속에서 조금씩 소멸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는 일. 


오늘 조금 더

그리고 내일 희미하게 조금 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73 새는 몸에서 날개를 꺼낸 [1] 지구멀미 2010-06-12
72 찔레꽃 담 아래 지구멀미 2010-05-31
71 단음이면서 가장 긴 음 [2] 지구멀미 2010-02-01
70 석 줌의 쌀 지구멀미 2010-01-28
69 검정 비닐 봉지 [2] 지구멀미 2009-12-03
» 같은 날 출렁이는 사랑의 원액 지구멀미 2009-10-19
67 너는 껍질이 없고 깨물어도 지구멀미 2009-10-10
66 계단에 관한 명상 지구멀미 2009-09-29
65 이 봄에 그러하는 것 지구멀미 2009-09-14
64 한식 지구멀미 2009-09-13
63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 조금 늦게 지구멀미 2009-09-13
62 그리움 지구멀미 2009-09-13
61 앵두 앞의 기도 지구멀미 2009-08-27
60 세상에 꽃이라는 말보다 늘 지구멀미 2009-08-27
59 꽃들이 늘 손해보며 지구멀미 2009-08-27
58 바람 처럼 휑한 내 요즘 지구멀미 2009-08-27
57 악수처럼 짧은 꽃 지구멀미 2009-08-27
56 서계동을 서개동으로 지구멀미 2009-08-27
55 간혹 목이 메일 때 지구멀미 2009-08-27
54 봄을 향하여 한잎 한잎 지구멀미 2009-08-27
53 옛 살던 집을 찾아 행촌동 골목을 지구멀미 2009-08-27
52 내 흉터로 네 흉터를 지우는 일 지구멀미 2009-08-27
51 그러니까 비의 이름은 구름 지구멀미 2009-08-27
50 그냥 노랑, 그냥 붉음 지구멀미 2009-08-27
49 그래서 나는 남자이고 당신은 여자인 것 지구멀미 2009-08-27
48 당신과 나의 나무 지구멀미 2009-08-27
47 다랑쉬 오름 지구멀미 2009-08-27
46 바람은 비를 비쪽으로 지구멀미 2009-08-27
45 이가 네개 쯤 보이게 지구멀미 2009-08-27
44 나는 내일 몸을 가지고 너에게로 지구멀미 2009-08-27
43 그냥 물어보니까 대답한다는 수준에서 이히이힝 지구멀미 2009-08-27
42 천천히 걸으면 이마에 그것이 지구멀미 2009-08-27
41 모르는 여자로부터 시작된 노래 지구멀미 2009-08-27
40 밤이 오고 눈이 내렸다 지구멀미 2009-08-27
39 돌고래 지구멀미 2009-08-27
38 공덕동 로타리에서 걸어와 뜻없이 지구멀미 2009-08-27
37 고백하지 않았지만 너를 향한 분노는 지구멀미 2009-08-27
36 문 아래로 내려가 그 귤을 집어 지구멀미 2009-08-27
35 꽃잎 꽃에게서 떼어낼 때 지구멀미 2009-08-27
34 그때가 서른이다. 지구멀미 2009-08-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