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0

2009.08.27 1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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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26세]


가난한 아버지는, 군에 있을 때 가장 배불리 드셨다고 하셨다.
그때 아버지의 젊고 살찐 얼굴이 낯설다.

저 살이 빠져나가는 동안의 가난과 고생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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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병이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군대에서 운전병이셨음에도 제대 후 단 한번도 운전을 하신 적이 없다.
물어도 그것에 대해서는 대답이 없으시다.
35년이 흐른 어느날. 
군 시절 후임병이었다던 늙은 남자가 몇 달 수소문 끝에 집에 찾아오셔
아버지께 크게 경례 붙인 뒤 한동안 말 없이 울다 가신 일만 새롭다.
그 이유도 끝내 이야기 하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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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처녀 때 친구들과 사진관에 가서 담은 기념사진이다.
양장이 없으셔서 어머니만 한복을 입으셨다.
맨 뒷쪽이 어머니시고 그 아래 순덕과 양순, 그리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친구라 하셨다.
무슨 바람이 불어, 혹은 어떤 계기로 이 사진을 찍었는지 생각해내지 못하셨다.
이 사진을 보시고 다만  어머니는 한동안 웃으셨고 한동안 그리워 하셨으며 고개 돌려 조금 우셨다.
40년 전쯤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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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혼식]


어머니와 아버지는 약혼을 하시고 결혼하셨다.
가난할 수록 형식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한다.
그래서 굳이 약혼을 하신 것.

그러나 가난한 집에서 가난한 집으로 옮겨오셨을 뿐이어서
새댁의 몸으로 쌀을 꾸러 이웃집으로 다녀야할 때
아직 너무 젊어서 그것은 참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쌀을 가득 씻을 수 있는 저녁의 행복.

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 줄 너는 아느냐

어머니는 가끔 말씀 하신다. 

쌀 씻는 기쁨에 기대어 그 젊은 가난을 겨우 견뎌왔다고 회고 하신다.

(나는 지금도 견뎌내기 힘든 슬픔이 있을 때 쌀을 씻는다. 어머니가 알려준 슬픔의 온전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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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197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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