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과일 코너 앞에 서서 저 과일이 왔을 나무를 생각한다.

그 나무가 껴안고 있었을 대지와 흙을 생각한다.

거기 흘렀을 바람과 곤충과 별들, 농부의 뭉툭한 손끝.


과일은 저와 세계 사이에서 한없이 단단하다가

며칠 전의 어느 날

외부로 팽창하려는 성장의 힘을 거두고 문득 물렁해졌을 것이다.

그때 과일은 가장 달았을 것.


생각해본다.

당신이 내게로 오기 전까지 서른 해.

그 긴 여정을 생각한다. 한없이 단단하다가 내 앞에 와서 물렁해졌던 그대의 속살.

내게 와서 가을이 되었던 그대.

내게로 와서 

너는 껍질이 없고 깨물어도 씨앗을 남기지 않는 과일과 같았다고

말해본다.


사랑하려면 너는 물렁해지고 나는 단단해져야 하는 것.

그러니까 너는 과일.

나는 나무였다고.

흔하게 말해본다.

아무리 흔하게 말해도 너는 너무 귀한 것이므로

상관없다고


잎을 흔들던 바람처럼

적색으로 물들던 노을처럼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손뼘으로 재보던 당신처럼


말해본다.


이 가을. 

당신이라고 쓴 문장은 모두 물렁하고 너무 달아서 

당신이라고 말 한 뒤에는

오히려 쓰디 쓴 것들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내 이름.

당신 이름 옆에 내 이름을 쓰는 것이라고.


말해본다.


이 가을이 너무 달고 또 함께 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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