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자리에서였습니다.
그 모임에 처음 나온 사진작가가 수첩에서 명함을 꺼내 건냈습니다.
명함도 받았으니 한잔 하자며 누군가 제안했고 우리는 술잔을 들었습니다.
'명함도 받았으니 한잔'
소란한 야외의 술자리에서 그 말이 문득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뜻을 내포하고 있는 인간의 언어라는 게 사실 별것 없습니다.
아무리 깊다해도 뜻은 거기서 거기고 표현의 수준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며
그 존재의 틀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뜻을 제거하고 듣는 인간의 말이 오히려 아름다울 때가 있습니다.
'명함도 받았으니 한잔' 이라는 말에서 뜻을 제거하니
그것은 마치 한소절의 노래와 같았습니다.
너무 오래 필요도 없이 '뜻' 에 매여 있었던 것.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 '뜻'의 수준은 현재에서 더 높아질 리 없고 완성도 어림 없습니다.
그것은 포기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제
글과 몸에서 뜻은 좀더 떼어내고 음은 더 붙여
'뜻없는 인간의 언어'를 위하여 내 자신을 위하여
홈페이지를 다시 엽니다.
'명함도 받았으니 한잔'
뜻 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