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의 온도가 평소보다 차갑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당신이 먼저 씻으면서 당신에게 익숙한 온도로 조절해 둔 것. 다시 온도를 높여 씻으면서 생각한다. 내게 익숙한 온도와 당신의 온도는 조금 다르구나.
그 사소한 차이가 나는 늘 슬펐다.
당신과 헤어지고 당신의 온도에 맞춰 몸을 씻어보는 날이 있다. 여전히 차갑다.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해 흘러가고 당신도 내게 흘러와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구분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도
생각해보면 몸은 그대로였다.
내게 싱거운 음식을 당신은 적당하다 했고 당신이 더워서 이불을 밀어둘 때 나는 그것을 가슴께까지 덮어야 잠들 수 있었다.
이제 당신은 내게 돌아올 수 없다. 몸이 서로 가까이 있을 수 없다. 등에 떨어지는 물줄기가 뜨거워 당신이 젖은 몸으로 레버를 돌려야 하는 일도 이제는 없다.
우리가 더 오래 만났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본다. 내 몸은 당신의 온도에 익숙해졌을까.
오늘, 당신의 온도로 다시 몸을 씻어본다.
이제는 소용없는 일이다.
